역사연구소n <고문헌으로 보는 국악의 이해> 강의 후기(2023.3.11.)
벌써 시간이 흘러 3월 11일에 진행했던 강의라 약간 늦은 감이 있지만..ㅎㅎ 청자가 아닌 강사의 입장으로 참여하여 더욱 의미 있었던 기억이기에 늦게나마 몇 자 남겨본다:)
이번 강의는 역사연구소 n 내 스터디, ‘조선왕조실록 읽기 모임’에서 진행하였다. 현재 조선왕조실록을 강독하는데 국악과 관련하여 이해하기 힘든 부분이 있다면서 강의를 의뢰하셨으며, 이에 최대한 ‘비전공자도 쉽게 이해할 수 있는 국악사’에 초점을 맞추어 강의를 기획하였다. 당시 모임의 실록 강독 진도가 막 조선 세종대에 들어선 만큼 그 관심사와 진도를 맞춰 고려 후기부터 조선 전기에 대해 강의를 기획하였으며, 조선 전기의 가장 두드러진 음악적 업적이 있다고 평가되는 3명의 왕, 세종/세조/성종을 그 정치적 성격과 빗대어 다루었다. 또한 실록을 읽을 때 알면 좋은 국악 상식이나 사전 질문 내용도 포함하였다.
강의는 1부와 2부로 나누어 강의와 연주로 진행되었다. 사실, 2부에서 1부 강의 주를 이루었던 궁중음악을 들려드리고 싶었으나, 관련한 곡들이 너무 느리고 가야금 독주로 잘 하지 않는 곡들인 만큼 보다 높은 퀄리티와 흥미 유발을 위해 강의에 가야금의 발전 과정에 대한 내용을 추가하고, 가야금 산조와 25현 곡들로써 ‘가야금’이라는 악기에 대한 추가 강의를 진행하였다.
이번 강의는 나에게도 매우 특별했던 경험이었는데, 복수 전공(주전공-한국음악, 복수 전공-사학, 문헌정보학)으로 인해 추가 학기를 진행하고 있기는 하나, 학부생인 상황에서 나보다 훨씬 많은 공부를 한 청자를 대상으로ㅎㅎ 2시간이 넘는 긴 강의를 홀로 끌고 가 본 것이 처음이었기 때문이었다. 이 전에도 성인을 대상으로 한 악기 레슨은 꾸준히 했었고, 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국악/예술 주제의 강의, 멘토링 또한 여러 차례 한 바 있다. 그러나 국악사를 주제로 한 공식적, 장시간의 강의는 처음이었기에 나 또한 떨릴 수밖에 없었고, 이에 정말 많은 공을 들였다. 어떠한 주제가 가장 도움이 될지, 지루하지 않게 강의를 이끌어 나가기 위해 어떠한 장치를 사용할지, 내가 이야기하는 내용 중에 근거가 부족하거나 오해를 불러일으킬 소지가 있는 건 아닌지 등등을 살폈고, 여러 면에서 생각하며 수정을 거듭했다. 이 과정은 힘들고 어려웠지만, 가장 뿌듯하고 기억에 남는 순간이었다.
뭐 늘 느끼는 것이긴 하지만, 다시금 이번 강의를 통해 아직 배울 점이 많다는 것을 깨달았다. 하지만 또 강의를 준비하고 진행하는 과정에서 신이 나고 행복해지는 스스로를 보며 앞으로 더욱 많이 공부를 하며 강의를 하는 사람이 되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된 날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