外에서 배우는 '왜?', 새로운 배움터

문우와 함께 키워나가는 학문의 숲, 한국고등교육재단 <문우림>

라온티티 2023. 5. 2. 2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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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는 배움에 있어 함께하는 사람이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다양한 사람들과 함께하는 배움은 내가 전혀 생각하지 못한 부분을 일깨워주거나 내 부족함을 채워갈 수 있게 하기 때문이다. , 사람들과 함께 하는 공부는 나의 발전을 위한 방법을 모색하게 되는 선순환의 원동력이다.

하지만 나는 예술 특성화 중고등학교를 거쳐 음대에 진학했기 때문에 전공 분야 외의 관심사를 공유하는 사람들이 별로 없다는 점이 늘 아쉬웠다. 그러던 중 선물처럼 다가온 것이 바로 한국고등교육재단의 문우림이었다.

 

  한국고등교육재단은 故 SK 최종현 선대회장이 세계적 학자의 양성을 통해 학문과 국가발전에 기여하고자 설립한 재단이다. 학업에 전념하라는 것 외에는 그 어떠한 조건도 없고, 단순히 장학금 지원하는 것을 넘어 다방면의 교육과 네트워크 등을 통해 양질의 인재를 양성하고 배출하는 것이 목표이다. 이는 재단 측에서 얼마나 인재 양성에 큰 뜻을 가지고 있는지 잘 알 수 있는 부분이다.

 

  한국고등교육재단 내에는 이미 많이 알려진 해외유학장학생 뿐 아니라 다양한 국내/해외 장학제도가 존재한다. 그리고 재단 설립 반세기, 그 전환점 앞에서 새로운 미래 인재 양성 프로그램을 시작했다. 더 나은 세상을 위한 인텔렉추얼 리더(Intellectual Leader), 문제 해결사(Problem Solver) , 체인지 메이커(Change Maker) 양성을 목표로 인재림과 문우림, 두 가지 장학 프로그램을 선보인 것이다. 인재림은 상상력, 소통능력, 공감능력, 분석적 사고력을 키워 문제해결 능력을 갖춘 세계적 전문가로 성장시키는 것이 목표다. 반면 문우림은 동아시아의 역사와 현재, 미래에 대한 흥미와 관심을 기반으로 함께 동아시아 고전을 읽고 역사의 현장을 직접 보고 느끼며 미래 세계의 동량(棟梁)을 양성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현재 내가 속해 있는 프로그램은 '문우림'이다. 지난 1년여의 경험에 비추어 볼 때 문우림은 어디에서도 찾아보기 힘든 체계적인 양질의 교육과 지원을 갖춘 장학 프로그램이라는 것을 확신할 수 있다. 하지만 아무래도 아직 2기까지 밖에 선발이 안 된 상태라 그런지 이 훌륭한 프로그램이 널리 알려지지 않은 것 같아 아쉬었다. 실제로 인터넷에서도 정보를 찾기 힘들었다. 이에 내가 직접 1년간의 문우림 활동 기록을 작성해보고자 한다.

 

-1기 입학식

  사실 입학식을 글에 포함할까 말까 많이 고민했었는데, 아무래도 모든 것은 시작이 중요한 만큼^^;; 넣어보고자 한다. 단 하루였지만 매우 인상 깊은 일이 많았는데, 일단 너무나 큰 재단 건물과 각종 영상, 사진 촬영에 조금 어색하기도 하고, 면접 때 뵈었던 교수님들과 2년을 함께할 문우들을 만나는 자리라 긴장되기도 했다. 독특했던 것은 ''를 표현하는 한자와 함께 자기소개를 했던 부분인데, 한 번도 생각해보지 못한 것이라 많은 고민을 했던 생각이 난다. 결국 선택한 글자는 줄 현()자였다. 일단 내 전공이 한국 전통 현악기인 가야금인 만큼 나를 가장 직접적으로 나타내는 단어라 생각했고, 둘째, 현재 사학과 문헌정보학을 복수전공하는 것처럼 여러 학문에 관심을 두고 이것들이 이어지는 점을 찾는 것을 흥미로워하는 내가 줄이 어떠한 물건을 묶거나 연결하는 것과 비슷하다는 생각을 했기 때문이다. 아무튼 당시는 어색함에 정신없이 흘러갔지만, 지금 돌이켜 보면 현재까지 많은 배움을 주고받고, 시야를 넓혀준 여러 소중한 인연과의 시작이었던, 의미 있었던 시간이었다.

문우림 입학식

 

-1년차 수업

1쿼터(동아시아 고전 텍스트 입문, 서울대학교 국어국문학과 박진호 교수님)

  고전 중국어 문법을 배우는 시간이었다. 개인적으로 문우림 이전에 한자나 중국어에 익숙한 편은 아니었던지라 쉽지는 않았다. 그러나 한자 껴 맞추기 식 독해가 아닌 제대로 된 고전 독해를 위해서 가장 기본이 되는 것이 문법인 만큼 기본을 확실히 할 수 있었던 시간이었다. 지금도 독해할 때 무조건 수업 자료를 옆에 끼고 할 정도로 많은 도움을 받고 있다.ㅎㅎ

 

2쿼터(유가 고전의 이해1, 서울대학교 동양사학과 구범진 교수님)

  <맹자> 텍스트를 읽고 배우는 시간이었다. 고전을 제대로 읽어본 것 처음이라 재미있었지만, 원문 독해와 서로의 해석에 대한 피드백을 진행하기에 엄청 긴장했던 시간이기도 했다.ㅎㅎ 아무래도 본격적으로 한문을 배우기 시작한지 얼마 안 되었던 시점이라 어렵긴 했지만, 틀린 부분을 알고 제대로 독해하는 법과 각종 배경지식에 대해 많이 배울 수 있었던 시기여서 흥미롭게 배워 나갈 수 있었다.

 

3쿼터(동아시아 국제질서의 어제와 오늘, 서울대학교 정치외교학부 손인주 교수님)

  이전 쿼터들과 달리 정치외교가 주제가 되었던 수업이었다. 처음에는 우리 삶과 밀접하고 뉴스로도 관련 내용을 많이 들어 익숙하리라 생각했었는데 본격적으로 배우다 보니 신기하고 예측하기 어려운, 새로움을 만날 수 있었던 수업이었다. 토론식으로 수업이 진행되어 주어진 자료와 더불어 스스로 궁금증과 주장에 대한 근거를 찾기 위해 더 많은 정보를 찾아보거나 나와 다른 여러 의견을 들어보는 노력이 필요했던 수업이었다. 힘들었지만 익숙하지 않았던 토론 시스템에도 적응할 수 있었고, 넓은 시각을 갖게 된 시간이었다.

 

4쿼터(유가 고전의 이해2, 성균관대학교 한문학과 안대회 교수님)

  <논어> 텍스트를 배우는 시간이었다. 얼핏보면 비교적 짧아보이는 글귀이지만 그 안에 들은 함축적 의미는 너무나 큰 것이라 이전의 맹자보다도 쉽지 않았다. 또한 새로운 관점의 해석과 여러 관련 배경지식은 신선했다. 특히 有子曰을 새롭게 해석한 김병준 교수님의 논문, 司馬遷의 비판적 論語읽기와 그 서사 學而篇 有子曰의 사례가 가장 인상 깊었는데, 마침 김병준 교수님께서 2년차의 첫 쿼터를 담당하시게 되면서 직접 관련 이야기를 들을수 있어 더욱 의미 있고 재미있었다.(이렇게 이어지는 세계관..ㅎㅎ)

 

문우림 1년차 1쿼터 박진호 교수님의 동아시아 고전 텍스트 입문 수업

 

-문우림 동계 답사

  사학과를 복수전공하면서도 사학과의 꽃인 답사를 한 번도 다녀와 본 적 없어 늘 아쉬움을 가지고 있었다. 그런데, 마침 이를 문우림에서 해소할 수 있는 기회가 와서 엄청 기대했다.

이번 동계 답사의 주제는 크게 임진왜란 전투유적지 탐방으로, 진주/울산/부산/사천 지역의 유적지와 박물관을 탐방하는 일정이었다. 그 어떤 답사지에서도 경험한 적 없는 교수님의 구체적이고 재미있는 설명도 일품이었지만, 사전에 각자 유적지에 대한 조사 과제를 받아 해당 유적지에서 문우들이 직접 설명하는 것을 듣는 것도 즐거웠다. 처음엔 과제가 좀 부담스러웠지만, ‘내가 설명할 유적지라는 생각이 들다보니, 보다 더 자세히 알아보게 되고 어떻게 잘 설명할지에 대해 고민하게 되었다. 아마 다른 문우들도 마찬가지였을 것이다. 그러다 보니 각자의 개성이 묻어난 각양각색의 설명으로 표현될 수 있었던 것 같다. (그리고 딴소리지만, 최소한 스스로 발표한 유적지에 관련하여서는 절대 잊지 않을 것 같다는 생각도 든다.ㅋㅋ)

  동계 답사를 다녀온 지도 상당히 오래 되었고 이미 길어진 글의 길이 때문에 더 길게 이야기를 하지는 않겠다. 하지만, 사천/울산 왜성-우리나라의 진주성을 직접 보고 설명을 들으며 눈에 보이는 차이를 느끼는 것도 재미있었고, 칠천량 해전이 이루어졌던 장소를 방문하여 그 현장을 보며 당시의 상황을 상상해보는 것도 즐거웠다. 그리고 무엇보다 교수님과 문우들과 함께 걸으며 보고 들은 것들이 아직도 생생하게 기억날 정도라, 앞으로도 가장 즐겁고 의미 있었던 시간으로 남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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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우림에서의 동계답사와 견학

 

  벌써 2년차 2쿼터가 시작되는 시점이. 이렇게 글로 정리를 하다 보니 문우림과 함께한 1년이 정말 소중했음을 느끼게 된다. 글로 적은 것은 문우림에서의 1년 중 굵직한 활동들만을 적은 것이지만 이 외에도 다양한 활동이 있었다. 남은 2년차의 배움이 더욱 기대되는 이유고, 또한 독자들에게 추천하고자 하는 이유다. 때문에 혹시 이 글을 읽고 있는, 관련 학문에 관심이 있는 학부생 분들이 계시다면 함께 배움의 숲을 이루어나갈 또 한 명의 문우(文友)가 되어보길 적극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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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우림에서의 1년(마지막은 with 경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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