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인 추천작들로 4월 문화예술 아카이브를 채우다보니 뒤늦게 내 추천작도 하나쯤은 포스팅 해두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 급히 번외편을 만들었다. 마침 최근에 OTT를 통해 본 영화 중에 매우 인상 깊었던 영화가 있어 스리슬쩍 껴서 포스팅 하고자 한다.
영화_조조 래빗
사실 영화를 보기 전에 해당 영화에 대해 알고 있었던 건 아니다. 그냥 잠은 안 오는데 볼 영화가 없을까 하고 쿠팡플레이를 틀었다가 분명 히틀러같이 생긴 사람이 등장하는데 코메디 영화라 분류되어 있는 이 영화를 발견했다. 사실 히틀러, 나치 독일과 코메디는 잘 안 어울리는 한 쌍이기에 ‘이게 도대체 무슨 영화인가’라는 생각에 재생 버튼을 누르게 되었다. 그리고 이 선택은 근래 고른 영화 중 최고의 선택이었다.
최대한 스포를 줄여 이야기 하자면, ‘순백의 아이의 시각으로 보는 다분히 당연하면서도 이해가 가지 않는 세상’, ‘우스꽝스러워 보일지 몰라도 각자의 삶의 무게가 여실히 드러나는 이야기’라 할 수 있겠다. 무거운 주제를 어떻게 코메디로 풀어나갈지 의문이었는데, 오히려 아이의 입장에서 더 현실적이고 그래서 더 공감 가는 이야기였다.
나치 엘리트가 되고 싶었지만 집에 숨어있는 유대인 소녀를 좋아하게 되는 마음. 나치를 따르면서도 그에 반하는 일을 하는 친구의 행동을 눈 감아 주는 것. 복잡한 세상 속 사람에겐 명확한 것보다는 모호한 것이 많은 법이다. 절대 악이나 절대 선인 사람이 얼마나 되겠는가? 어떨 때는 이기적이고 어떨 때는 자신의 모든 것을 희생할 정도로 이타적인 것이 사람 아니겠는가?
내가 의문을 가졌던 것처럼, 나치와 유대인 학살이라는 무거운 주제를 코메디로 풀어나간다는 것은 정말 쉽지 않은 결정이었을 텐데, 새삼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중에 찾아보니 여러 영화제에서 각색상을 받은 작품이었다. 그 이유가 너무나도 이해 가는 작품이었다.
의외로 마음을 울리고 머리를 띵하게 만드는 순간은 예상치 못하게 찾아오는 것 같다. 잠이 안 와 찾아본 영화가 내 손에 꼽는 인생 영화가 될 줄 누가 알았겠는가?
4월의 아카이브는 ‘추천작’이라는 키워드를 앞세운 만큼 이 글을 읽는 방문자들께서도 서로 자신의 추천작을 많이 나누어 주셨으면 좋겠다. 또 의외로 운명같은 작품이 찾아올 수도 있으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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